2020. 4. 27. 22:32ㆍMLB
신시내티 시절의 켄 그리피 주니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이 날이 사실상 슈퍼스타로서의 마지막 빛이었다. 2000년 4월 10일, 켄 그리피 Jr. (신시내티 레즈)가 콜로라도 로키스전 원정 경기에서 통산 400호 홈런의 토대에 도달했다. 30세 141일의 달성은 지미 폭스의 30세 248일을 제치고 사상 최속 기록이었다.
당시 주니어는 야구계 최고의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었다. 8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고 8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년 차인 90년부터 10년 연속 올스타 선정과 골드글러브를 차지했고 홈런왕도 4회. 97년에는 56홈런 & 147타점의 2관왕에다 MVP도 수상하고 99년 발표된 올-센추리 팀에 선정된 선수 중 유일한 20대 선수이기도 했다.
성적뿐 아니라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연주하는 듯한 미소도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이름을 딴 신발과 초콜릿 바, 비디오 게임이 출시되고 대선에서 그 이름이 쓰이기도 했을 정도. 오릭스 시절의 이치로가 주니어에게 강렬한 동경을 품었던 것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주니어가 시애틀과 계약 문제로 티격태격하다 2000년 캠프 직전 이적한 곳이 아버지 시니어가 빅 레드머신의 일원으로 뛰었던 신시내티 레즈였다.
400호를 달성한 4월 10일은 마침 아버지 시니어의 생일로, 그야말로 '천 냥 배우 여기 있다'라고 하는 듯한 슈퍼스타의 긍지를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참고로 주니어는 2004년 아버지의 날(6월 20일)에 사상 20번째 통산 500호 홈런을 달성했다.
400호를 달성할 당시 전인미답의 통산 800호 홈런을 달성하는 선수가 있다면 주니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서른 살이 됨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니어의 성적은 급격히 하강곡선을 그렸다. 40홈런을 친 것은 2000년이 마지막. 무릎 부상 등으로 2002~2004년에는 변변히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고 행크 아론의 홈런 기록을 쫓는 역할은 배리 본즈로 바뀌었다.
사상 최고 속도인 400호 도달 기록도 05년에 전 팀메이트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갱신. 결국 주니어의 통산 홈런 수는 역대 7위인 630개에 그쳤다. 위대한 기록임에는 틀림없지만 전성기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어딘지 아쉬움도 따른다.
그래도 역대 최다인 762홈런을 기록하고도 약물 의혹으로 인한 더티 이미지를 끝내 털어내지 못한 본즈와 달리 주니어는 MLB 최후의 '진정한 슈퍼스타'로서 지금도 존경과 애정을 모으고 있다.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얻은 2016년 최고 득표율(당시) 99.32%로 쿠퍼스타운에 오른 사실이 웅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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